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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2권 "위기로 치닫는 제국"

by 붉은앙마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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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위기, 그 중심에 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는 고대 로마의 천 년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내며 독자들을 매료시킨 대작입니다. 그중 12권 위기로 치닫는 제국은 로마 제국의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 이른바 ‘군인 황제 시대’(211년~294년)를 다루며 제국의 위기와 그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이 시기는 황제들이 줄줄이 즉위와 폐위를 반복하며 제국이 흔들리던 때로, 시오노 나나미는 이 혼돈 속에서 로마의 운명을 결정지은 요인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위기로 치닫는 제국의 주요 내용, 역사적 배경, 그리고 시오노의 서술이 주는 매력을 살펴보겠습니다.

군인 황제 시대: 황제들의 ‘단기 알바’ 시절

위기로 치닫는 제국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아들 카라칼라 황제(재위 211년~217년)로 시작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재위 284년~305년) 직전까지 약 80년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시기는 무려 22명의 황제가 등장했으며, 대부분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암살, 전투에서의 패배, 혹은 반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시오노는 이 시기를 ‘황제 자리=고위험 직업’이라고 비유할 만한 혼란의 연속으로 묘사합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독자는 로마의 황제들이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빠르게 교체되는 광경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 특징은 군대의 힘이 황제의 운명을 좌우했다는 점입니다. 군인 황제라는 이름처럼, 군대의 지지를 얻은 자가 황제가 되었고, 그 지지를 잃으면 순식간에 몰락했습니다. 예를 들어, 카라칼라 황제는 전 로마 시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안토니누스 칙령’(212년)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통치는 군대의 충성에 크게 의존했고 결국 부하의 손에 암살되었습니다. 시오노는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로마의 정치적 불안정과 군대의 과도한 영향력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그녀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지 않고, 왜 이런 위기가 반복되었는지, 로마가 과거의 위기를 극복했던 방식과 무엇이 달랐는지를 분석하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위기의 원인: 로마의 ‘멀티 크라이시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로마 제국의 위기를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학계에서는 이 시기의 위기를 지도자층의 질적 저하, 야만족의 침입, 경제적 쇠퇴, 지식인 계층의 몰락, 그리고 기독교의 대두 등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시오노는 이 모든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로마가 과거에는 비슷한 위기를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시기에는 그러지 못했는지에 주목합니다. 그녀는 로마의 전통적인 회복력, 즉 실용주의와 포용성이 점차 약화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특히, 경제적 혼란은 이 시기의 핵심 문제였습니다. 빈번한 황제 교체와 전쟁은 국고를 고갈시켰고, 화폐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은 제국의 경제를 뒤흔들었습니다. 시오노는 이를 설명하며 로마의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시스템이 붕괴로 치달으면서 어떻게 제국 전반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히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알렉산데르 세베루스 황제(재위 222년~235년)는 재정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군대의 불만을 사 암살되는 비극을 맞았습니다. 시오노는 이 사건을 통해 군대의 충성심이 제국의 안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충성심이 무너졌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또한, 외부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시기는 사산조 페르시아의 부상과 게르만족의 침입이 본격화된 시기로, 로마는 동서 양쪽에서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렸습니다. 시오노는 특히 팔미라 제국의 여왕 제노비아의 반란을 흥미롭게 다룹니다. 제노비아는 로마 동부 지역에서 독립적인 세력을 구축하며 로마에 도전했지만, 결국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에게 패배합니다. 시오노는 제노비아를 비판적으로 묘사하며, 그녀의 야심이 로마의 통합을 위협했다고 보지만, 동시에 그녀의 용기와 리더십도 인정합니다. 이는 시오노의 여성 군주에 대한 다소 복잡한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서술: 역사와 이야기의 경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엄격한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 에세이에 가까운 작품으로, 위기로 치닫는 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녀는 학술적 엄밀함보다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강조합니다. 이 책은 복잡한 3세기 로마의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하며,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시오노는 각 황제의 개성과 그들이 직면한 도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해, 독자가 마치 로마의 원로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예를 들어,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재위 270년~275년)는 이 시기의 몇 안 되는 성공적인 황제로, 제국을 재통합하고 ‘세계의 복원자’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시오노는 그의 업적을 극찬하며, 그가 로마의 위기를 잠시나마 진정시킨 영웅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그의 성공이 일시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로마의 구조적 문제가 한 인물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로마의 운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다만, 시오노의 서술에는 논란의 여지도 있습니다. 그녀는 기독교의 대두를 로마 쇠퇴의 원인 중 하나로 보는데, 이는 그녀의 반기독교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여성 군주인 제노비아를 비롯해 클레오파트라 등에 대한 비판적 묘사는 그녀의 여성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학계에서는 그녀의 서술이 역사적 사실과 다소 어긋나거나, 지나치게 로마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오노의 글은 역사적 사건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며, 이는 위기로 치닫는 제국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위기로 치닫는 제국은 단순히 로마 제국의 한 시기를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리더십, 위기 관리, 그리고 제국의 흥망성쇠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합니다. 시오노는 로마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와도 연결 지을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지도자의 무능, 군대의 충성심 상실, 경제적 불안정은 오늘날의 국가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특히, 이 책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입니다. 시오노는 로마의 황제들이 직면했던 도전과 그들의 선택을 통해, 리더가 위기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녀의 글은 학술적 역사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소설처럼 몰입감이 뛰어나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로마의 위기를 통해 배우는 교훈

시오노 나나미의 위기로 치닫는 제국은 로마 제국의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제국의 운명과 그 이면의 인간적 드라마를 깊이 느끼게 합니다. 군인 황제 시대의 혼란, 경제적 위기, 외부의 침략, 그리고 내부의 갈등은 로마가 얼마나 복잡한 제국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시오노의 날카로운 통찰과 매혹적인 서술은 이 책을 단순한 역사책 이상으로 만듭니다. 로마의 위기를 통해 우리는 오늘날의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로마의 황제가 되어 위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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