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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황금빛 로마: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9권 "현제의 세기"

by 붉은앙마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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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역사는 언제나 매혹적입니다. 그 방대한 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인간의 리더십과 문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9권 “현제의 세기”는 로마 제국이 황금시대로 불리던 시기를 조명하며, 세 명의 뛰어난 황제—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를 통해 제국의 전성기를 그려냅니다. 이 글에서는 “현제의 세기”의 주요 내용과 매력을 살펴보고, 시오노 나나미의 독특한 역사 해석이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로마 제국의 황금시대, 현제의 세기란?

<로마인 이야기> 9권은 서기 98년부터 161년까지, 로마 제국이 가장 안정되고 번영했던 시기를 다룹니다. 이 시기는 후세에 ‘오현제’(Five Good Emperors) 시대의 일부로 불리며, 특히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의 치세는 동시대인들에게도 ‘황금시대’(Saeculum Aureum)로 칭송받았습니다. 시오노는 이 세 황제를 중심으로, 그들의 리더십과 정책이 어떻게 로마를 제국의 정점으로 이끌었는지 생동감 있게 풀어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연대기적 사건 나열에 그치지 않습니다. 시오노는 각 황제의 개성과 통치 스타일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들이 직면한 도전과 해결책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그녀의 글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마치 로마의 거리를 걷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그렇다면, 이 세 황제는 어떤 업적으로 로마의 황금시대를 만들었을까요?

트라야누스: 정복자의 기개

트라야누스(재위 98~117년)는 로마 제국의 영토를 역사상 가장 넓게 확장한 황제입니다. 시오노는 그를 ‘정면돌파형 인물’로 묘사하며, 그의 대담한 군사적 업적을 강조합니다. 특히 다키아 전쟁(101~106년)은 트라야누스의 리더십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그는 다뉴브 강에 ‘트라야누스 다리’를 건설하며 군사적, 공학적 천재성을 과시했고, 다키아를 로마의 속주로 편입해 제국의 경제적 기반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트라야누스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공공사업에도 힘써 로마의 포럼과 시장을 확장했고, 속주 출신 최초의 황제로서 로마의 포용성을 상징했습니다. 시오노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놓치지 않습니다. 플리니우스와의 서신을 통해 드러나는 트라야누스의 겸손함과 실용적인 통치 철학은 독자로 하여금 그를 단순한 전사가 아닌, 국민을 위한 황제로 보게 만듭니다.

하드리아누스: 순행하는 개혁가

하드리아누스(재위 117~138년)는 트라야누스의 뒤를 이어 제국의 경계를 재정비한 황제입니다. 시오노는 그를 ‘순행하는 황제’로 부르며, 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통치체제를 재구축한 그의 노력을 조명합니다. 하드리아누스는 트라야누스의 확장 정책을 수정해 방어 중심의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영국의 하드리아누스 방벽은 그의 방어 철학을 상징하는 유산입니다.

 

그는 또한 문화와 예술의 후원자였습니다. 판테온 신전의 재건과 아테네 방문은 그의 헬레니즘에 대한 애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오노는 하드리아누스의 복잡한 내면도 놓치지 않습니다. 미소년 안티노와의 관계나 유대 반란(132~135년) 진압 과정에서의 냉혹함은 그의 인간적 갈등을 드러냅니다. 시오노의 필치는 이러한 모순을 통해 하드리아누스를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냅니다.

안토니누스 피우스: 평화의 수호자

안토니누스 피우스(재위 138~161년)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치세로 유명합니다. 시오노는 그의 온화한 인품과 덕행을 강조하며, 그를 ‘국가의 아버지’로 묘사합니다. 안토니누스는 큰 군사적 정복 없이도 제국의 안정을 유지하며, 법과 행정 체계를 정비해 로마의 번영을 지속했습니다. 그의 치세는 로마가 얼마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흥미롭게도, 시오노는 안토니누스의 ‘무난함’이 오히려 그의 위대함이라고 해석합니다. 화려한 업적이 없어도,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은 그의 통치는 후세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시오노는 안토니누스의 조용한 리더십을 통해 리더의 덕목을 재조명합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매력과 한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학술적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 에세이입니다. 그녀는 전문 역사학자가 아니기에, 때로는 주관적인 해석과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을 압도합니다. 예를 들어, 트라야누스 치세에 대한 문헌 자료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플리니우스의 서신과 같은 사료를 바탕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엮어냅니다. 이는 독자에게 몰입감을 주지만, 역사적 엄밀성을 기대하는 독자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오노의 반기독교적 시각과 로마 중심의 역사관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녀는 로마의 다신교적 관용을 이상화하며, 후대의 기독교 중심 역사관을 비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현제의 세기”에서도 드러나며, 특히 하드리아누스의 유대 반란 처리에서 그녀의 편향이 엿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로마의 매력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했습니다.

왜 “현제의 세기”를 읽어야 할까?

<로마인 이야기> 9권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닙니다. 이는 리더십, 통치,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트라야누스의 대담함, 하드리아누스의 개혁 정신, 안토니누스의 온화함은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영감을 줍니다. 시오노의 생생한 필치는 독자를 로마의 포럼과 속주의 거리로 안내하며, 2천 년 전의 역사를 현대와 연결 짓습니다.

 

특히, 이 책은 로마 제국의 시스템과 인프라가 어떻게 제국을 지탱했는지 보여줍니다. 트라야누스의 공공사업, 하드리아누스의 법 체계, 안토니누스의 안정된 행정은 현대 국가 운영의 원형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시오노의 유려한 문체와 김석희 번역자의 공은 이 책을 문학 작품처럼 즐기게 만듭니다.

마무리: 황금시대의 교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9권 “현제의 세기”는 로마 제국의 황금시대를 통해 리더십과 문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입니다.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로마를 이끌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국민을 위한 헌신이었습니다. 시오노의 이야기는 때로는 주관적이고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로마의 매력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는 누구보다 성공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로마의 거대한 유산과 그 안에서 빛났던 인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황금시대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리더란 무엇이며, 어떻게 한 시대를 이끄는가? “현제의 세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 로마의 황금시대로 떠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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