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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식도락

치매와의 시간 싸움, "레켐비"가 던진 희망의 빛 한 줄기

by 붉은앙마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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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집니다. 기억이 흐릿해지고, 익숙했던 일상이 낯설어지는 그 과정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기죠. 그런데 최근 이 무거운 현실에 한 줄기 빛이 비쳤습니다. 바로 치매 진행을 늦춘다는 신약 "레켐비(Leqembi)"의 등장입니다. 이름부터 뭔가 희망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요? 오늘은 이 신약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레켐비, 치매와의 싸움에 새 무기 등판

레켐비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손잡고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와 초기 치매 환자를 타겟으로 한 약이에요. 이 약의 본명은 "레카네맙(Lecanemab)"인데, 레켐비라는 상표명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죠. 2023년 미국 FDA에서 정식 승인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일본, 중국, 그리고 2024년 5월에는 한국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 약을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레켐비는 어떤 원리로 치매와 맞서 싸울까요?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건 뇌에 쌓이는 비정상 단백질, 바로 "아밀로이드 베타"입니다. 이 녀석이 뇌에 플라크(덩어리)를 형성하면서 신경세포를 망가뜨리고, 결국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점점 사라지게 만드는데요. 레켐비는 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삼아 결합하고, 몸의 면역 시스템을 깨워 이를 제거합니다. 쉽게 말해, 뇌 속 쓰레기를 청소해주는 청소부 같은 역할이죠. 임상 시험 결과, 18개월 동안 투여받은 환자들은 위약(가짜 약)을 받은 그룹보다 인지 기능 저하가 약 27% 덜 진행됐다고 해요. 27%라는 숫자가 크다고 느껴지진 않을 수도 있지만, 치매 환자와 가족에겐 하루라도 더 소중한 시간을 벌어주는 의미가 큽니다.

주사 한 방에 담긴 기대와 현실

레켐비는 2주에 한 번 정맥 주사로 투여됩니다. 집에서 알약 삼키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번거롭죠. 치료 기간은 기본적으로 1년 6개월, 필요하면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맞다 보면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게 연구로 확인됐어요. 특히 초기 환자들에게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고 하니, "치매가 의심된다" 싶을 때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겠네요.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한 건 아니에요. 레켐비는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에게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즉, 병이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또 이 약은 기억력을 되돌려주는 마법의 약이 아닙니다. 진행을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러니 "엄마가 예전처럼 돌아오길 바랐다"는 기대는 살짝 접어두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진행을 늦춘다는 건, 환자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부작용, "희망의 그림자"도 있다

모든 약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죠. 레켐비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장 주목받는 부작용은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라는 현상인데요. 쉽게 말해 뇌부종이나 미세출혈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뇌 혈관이 살짝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임상 시험에서 약 10~12%의 환자에게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났고,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가벼웠지만, 드물게 심각한 경우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해외에서는 레켐비 투여 후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가 몇 건 보고되기도 했죠.

 

이런 부작용 때문에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아직 승인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의료 환경은 MRI 같은 검사를 비교적 자주 할 수 있는 여건이라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해요. 그러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의사와 상의하며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중요하겠죠.

가격, "희망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레켐비의 또 다른 도전 과제는 바로 가격입니다. 미국에서는 연간 약 3500만 원, 일본에서는 27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가격대가 예상되는데, 이건 보통 가정에서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죠. 게다가 2주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하니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듭니다.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더라도, 현실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만약 급여로 등재되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테니,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이 어떻게 풀릴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에요. 전문가들은 "레켐비가 상용화되더라도 급여 등재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그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면 개인 비용으로라도 시작해볼지 고민이 될 수 있겠네요.

국내 도입, "K-치매 치료의 새 장"

우리나라에서 레켐비가 허가받은 건 2024년 5월, 그리고 2024년 12월부터 서울아산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처방이 시작됐습니다. 이는 국내 치매 치료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에요.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약 88만 명,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그보다 훨씬 많다고 추정되는데요. 이 숫자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레켐비는 단순한 약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치매를 "어쩔 수 없는 병"으로만 여기던 시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죠.

 

더불어 레켐비의 등장은 국내 제약사에도 자극을 주고 있어요. 아리바이오, 젬백스앤카엘, 엔케이맥스 같은 기업들이 이미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각각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레켐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K-바이오의 도전도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레켐비와 함께하는 미래

레켐비는 완벽한 해답은 아니에요. 부작용도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효과도 초기 환자에게만 한정되니까요. 하지만 치매 치료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치매를 늦출 방법이 없어 증상 완화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긴 셈이죠. 앞으로 더 나은 약이 나올 때까지, 레켐비는 그 다리 역할을 해줄 겁니다.

 

치매는 여전히 무서운 상대입니다. 하지만 레켐비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혹시 주변에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분이 있다면, 주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보세요. 레켐비가 여러분에게도 작은 희망의 주사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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