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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패션&주얼리

"비 오는 날의 영국 신사: 헌터 레인부츠와 로얄 패밀리의 특별한 인연"

by 붉은앙마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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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날, 우산만큼이나 필수적인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레인부츠일 겁니다. 그중에서도 영국을 대표하는 레인부츠 브랜드 "헌터(Hunter)"는 단순한 신발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죠. 16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브랜드는 방수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영국 로얄 패밀리와의 깊은 인연은 헌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이 브랜드의 역사와 매력, 그리고 왕실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풀어볼게요.

헌터의 시작: 비와 진흙 속에서 태어난 전설

헌터의 이야기는 1856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노스 브리티시 러버 컴퍼니(North British Rubber Company)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천연 고무를 활용해 튼튼한 부츠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영국의 날씨는 비가 잦고 땅이 질척거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은 필수였죠. 헌터 부츠는 단순히 실용성을 넘어 내구성과 편안함까지 갖췄고, 곧 영국 전역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헌터의 제작 과정은 여느 레인부츠와 달랐어요. 일반적인 부츠가 하나의 틀에서 찍어내는 방식이라면, 헌터는 28개의 조각을 수작업으로 붙여 완성했답니다. 이런 정성 덕분에 헌터 부츠는 방수성은 물론이고 발에 착 감기는 착용감으로 유명해졌죠. 비 오는 날에도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는 영국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어요.

전쟁과 함께 성장한 헌터

헌터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건 20세기 초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은 진흙투성이 참호에서 싸워야 했는데요. 이때 헌터 부츠는 군용 신발로 납품되며 병사들의 발을 지켜줬어요. 질퍽한 전쟁터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아웃솔과 물이 스며들지 않는 방수 기능은 헌터의 진가를 보여줬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부츠는 농부, 사냥꾼, 그리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됐습니다.

 

이쯤 되면 헌터가 단순한 신발 브랜드를 넘어 영국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하지만 헌터가 진정한 "귀족"의 반열에 오른 건 바로 로얄 패밀리와의 인연 덕분이었죠.

로얄 패밀리와의 운명적 만남

헌터와 영국 왕실의 인연은 1977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됩니다. 이 해에 헌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로열 워런티(Royal Warrant)"를 수여받았어요. 로열 워런티란 왕실에서 품질과 신뢰를 인정받은 브랜드에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인증인데요, 헌터는 이를 통해 왕실에 부츠를 납품할 자격을 얻었죠. 이후 30년 넘게 헌터는 왕실의 비 오는 날을 책임지는 든든한 파트너가 됐습니다.

 

하지만 헌터와 왕실의 관계는 단순히 공식적인 납품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특히 고(故) 다이애나 비(Diana, Princess of Wales)는 헌터 부츠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했죠. 다이애나 비는 공식 석상에서도, 사적인 순간에도 헌터 부츠를 즐겨 신었는데요. 그녀가 진흙투성이 들판을 걸으며 헌터 부츠를 신은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어요. 심지어 다큐멘터리 다이애나: 그녀 자신의 목소리에서도 헌터 부츠를 신은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어, 이 브랜드가 왕실의 일상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지 보여줬습니다.

 

다이애나 비 외에도 케이트 미들턴(Kate Middleton), 현 캠브리지 공작부인 역시 헌터 부츠를 애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어요. 케이트는 시골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때나 공식 행사에서조차 헌터 부츠를 신고 등장하며,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했죠. 이런 모습은 헌터가 단순한 "비 오는 날 신발"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헌터의 전성기와 위기

로얄 패밀리의 사랑을 받으며 헌터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어요. 2000년대 들어 케이트 모스(Kate Moss)나 알렉사 청(Alexa Chung)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헌터 부츠를 신고 페스티벌에 등장하면서, 이 부츠는 패션계의 "잇 아이템"으로 떠올랐죠. 특히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는 헌터 부츠가 없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였어요. 진흙과 비로 뒤덮인 축제 현장에서 헌터는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잡은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전설이 그렇듯, 헌터도 위기를 피할 수는 없었어요. 2019년 이후 브렉시트, 코로나19 팬데믹, 이상 기후로 인한 건조한 날씨, 그리고 공급망 문제 등이 겹치며 헌터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습니다. 2023년에는 결국 파산 신청을 하게 됐죠. 부채 규모가 1억 1500만 파운드(약 19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지만, 다행히도 헌터 브랜드는 미국의 어센틱 브랜드 그룹(ABG)에 인수되며 새 생명을 얻었어요. ABG는 헌터의 유산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하며, 팬들의 마음을 한시름 놓게 했습니다.

헌터의 매력: 과거와 현재의 조화

헌터가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는 단연 그 품질이에요. 160년 전통을 지키며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헌터 부츠는 여전히 뛰어난 방수성과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둘째는 디자인의 진화죠. 클래식한 오리지널 라인부터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플레이 부츠까지, 헌터는 시대에 맞춰 변화를 거듭해왔어요. 심지어 헌터 전용 삭스를 신으면 겨울용 방한 부츠로도 활용 가능하니, 실용성 면에서도 뒤지지 않죠.

 

마지막으로, 헌터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담고 있어요. 비 오는 날씨, 시골의 들판, 왕실의 품격, 그리고 현대적인 패션 감각까지—헌터 부츠 하나에 이 모든 요소가 녹아 있죠. 로얄 패밀리와의 인연은 이런 브랜드의 가치를 한층 더 빛나게 해줬고요.

비 오는 날, 헌터와 함께

이제 장마철이 다가오면 헌터 부츠를 꺼내 신는 분들이 많아질 거예요.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다이애나 비나 케이트 미들턴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헌터는 단순한 레인부츠가 아니라,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신발 안에 담은 작은 예술품이에요. 로얄 패밀리와 함께한 그 특별한 인연은 헌터를 더욱 빛나게 하고, 우리에게도 비 오는 날의 낭만을 선사합니다.

 

혹시 여러분의 옷장에도 헌터 부츠가 있다면, 이번 비 오는 날 꺼내 신어보세요. 발밑에서부터 느껴지는 영국 신사의 품격이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비가 오든, 맑든, 헌터와 함께라면 언제나 스타일리시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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