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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이클 핀클 <예술 도둑>: 예술을 훔친 도둑, 독자의 마음도 훔치다

by 붉은앙마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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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아름다움은 때로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심지어 범죄로 이끌기도 한다. 마이클 핀클의 논픽션 <예술 도둑>은 예술에 대한 집착이 한 인간을 어떻게 위험한 길로 몰아넣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단순한 범죄 기록이 아니다. 예술을 향한 광기와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탐구하며, 독자로 하여금 미학과 윤리의 경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도둑의 이름,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예술 도둑의 중심에는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품을 훔친 도둑으로, 1997년 벨기에의 ‘루벤스의 집’에서 시작된 그의 범죄 행각은 8년간 300점 이상의 예술품을 훔치는 대담한 여정으로 이어졌다. 브라이트비저는 단순히 돈을 노린 도둑이 아니었다. 그는 예술을 사랑했고, 그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는 훔친 작품을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자신의 비밀 아지트에 숨겨두며 홀로 감상했다. 이 점이 그를 다른 도둑들과 구분 짓는다. 그는 예술품을 “천상의 광채”로 묘사하며, 도둑질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예술을 소유하는 특별한 방식이라고 믿었다.

 

핀클은 브라이트비저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흡입력 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10년에 걸친 치밀한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브라이트비저의 심리와 동기를 깊이 파헤친다. 그는 브라이트비저와의 사적인 편지 교환을 시작으로, 2017년 마침내 그를 직접 만나며 이 이야기를 완성했다. 독자는 브라이트비저가 박물관의 경비를 뚫고, 섬세한 손놀림으로 예술품을 훔치는 장면을 읽으며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느낀다.

예술과 범죄의 경계에서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도둑질의 과정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핀클은 브라이트비저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강렬한 영향을 탐구한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품을 훔치는 행위를 단순한 범죄로 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예술을 “구원”하고 있다고 여겼다.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속에 갇힌 작품들이 자신에게서 진정한 생명을 얻는다고 믿었다. 이런 그의 믿음은 독자로 하여금 예술의 소유란 무엇인지, 그리고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특히, 브라이트비저의 연인인 앤과의 관계는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앤은 그의 공범이자 사랑의 대상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예술에 대한 집착과 얽히며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사랑은 때로는 로맨틱하고, 때로는 파괴적이다. 핀클은 이 관계를 통해 예술과 사랑, 그리고 범죄가 어떻게 얽히는지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감정적인 몰입을 선사한다.

마이클 핀클의 필치, 이야기꾼의 재능

마이클 핀클은 이미 <트루 스토리>와 <숲속의 은둔자>로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예술 도둑에서도 그의 유려한 필치는 빛을 발한다. 그는 복잡한 사건을 단순화하지 않고, 브라이트비저의 심리와 예술에 대한 집착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그의 문장은 마치 화가가 캔버스 위에 색을 입히듯 생생하고, 독자는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브라이트비저의 세계로 빠져든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한번 잡으면 내려놓기 힘든 책”이라고 평한 것도 과장이 아니다.

 

핀클은 브라이트비저를 단순한 범죄자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독자로 하여금 브라이트비저에게 동정심과 혐오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이런 양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핀클의 스토리텔링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예술과 윤리의 철학적 성찰

<예술 도둑>은 단순한 범죄 실화를 넘어 예술과 윤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예술품은 누구의 것인가?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진정으로 대중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엘리트만이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브라이트비저의 이야기는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정재승 뇌과학자는 이 책을 “미학과 윤리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평가했으며, 이 말이 이 책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또한, 이 책은 예술이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얽히는지 보여준다. 브라이트비저는 예술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행위는 예술의 가치를 훼손했다. 그는 예술품을 훔쳐 자신의 비밀 공간에 가두었지만, 그로 인해 작품은 더 이상 사람들과 만나지 못했다. 이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예술은 소유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공유되어야 하는가?

독자를 위한 매혹적인 여정

<예술 도둑>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아마존, 뉴요커, 워싱턴포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곽아람, 장강명, 정재승 등 국내 저명인사들의 추천도 이어졌다.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예술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스릴러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인간의 욕망과 윤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브라이트비저의 대담한 도둑질에 경악하고,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에 공감하며, 그의 선택에 분노하기도 할 것이다. 핀클은 이 모든 감정을 절묘하게 엮어내며 독자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끌고 간다. 이 책은 단순히 예술 도둑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망과 그로 인한 선택의 결과를 돌아보게 한다.

예술 도둑이 남긴 것

<예술 도둑>은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이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다. 마이클 핀클은 브라이트비저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예술의 가치와 윤리의 경계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한 논픽션을 넘어, 예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여정이자, 한 편의 스릴러처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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