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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죽음이 속삭이는 삶의 지혜

by 붉은앙마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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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장이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그리고 그 페이지를 준비하며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의 신작,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27년간 3,000건 이상의 부검을 통해 죽음의 현장을 마주한 법의학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 글에서는 이 책의 주요 내용과 매력, 그리고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소개하며, 왜 이 책이 단순한 법의학 이야기가 아닌 삶의 지침서로 자리 잡았는지 알아본다.

죽음에서 배운 삶의 기술

유성호 교수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로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생생한 이야기와 철학적 통찰로 풀어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6년 만에 출간된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그 연장선에서, 더욱 깊고 실천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은 단순히 법의학자의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회 없는 삶을 설계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유 교수는 책에서 ‘유언’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흔히 유언이라고 하면 죽음 직전에 남기는 마지막 말을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의 유언은 ‘앞으로 남은 삶을 위한 실천’에 가깝다. 그는 매년 유언을 쓰는 습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잡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죽음이 단순히 끝이 아니라, 삶이라는 여정의 피날레이자, 생명의 순환 속에서 의미 있는 엔딩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독자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삶의 가치를 더 선명히 바라볼 것을 권한다.

책의 구성과 특징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총 252쪽으로, 죽음과 삶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상실과 애도, 연명의료, 존엄사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 교수의 차분하고 따뜻한 문체는 독자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간다. 책은 실제 부검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특히, 저자가 직접 작성한 유서와 ‘30일 유언 노트’라는 별책 부록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죽음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한다. 예를 들어, 유 교수는 부검 과정에서 만난 고독사나 예상치 못한 죽음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둘째, 유언 쓰기를 통해 삶의 방향을 설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유언장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 소중한 추억, 그리고 미래의 목표를 정리하는 ‘엔딩 노트’의 형태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직면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실천적 태도를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죽음을 직시하면 삶의 태도가 바뀐다”며, 죽음에 대한 성찰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저자의 시선: 법의학자의 따뜻한 철학

유성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리전문의와 법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도 활동하며, 세월호 사건과 같은 주요 사건의 부검을 담당해왔다. 그의 이력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를 넘어, 죽음의 현장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가득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유 퀴즈 온 더 블럭> 같은 방송에서의 차분한 설명과 따뜻한 시선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책에서 그는 법의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죽음이 단순히 무섭거나 허무한 것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과 우주의 섭리 속에서 빛나는 엔딩임을 강조한다. 특히, 그가 말하는 ‘리추얼’(ritual)은 단순한 반복 행위가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그는 망자를 기억하는 의식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법의학자로서의 냉철한 시각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조화를 이루는 대목이다.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데 있다. 유언을 쓰는 행위는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작용한다. 유 교수는 “유언은 떠나는 이의 마지막 메시지”라며, 이는 물질적 상속을 넘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기는 소통의 매개체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30일 유언 노트’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 노트는 자신의 인생, 추억, 재산, 장례 방식 등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법적 효력은 없지만 삶을 정리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하다. 이는 일본에서 유행한 ‘엔딩 노트’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유 교수는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단순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책이다. 유 교수의 경험과 통찰은 독자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삶을 더 사랑하고, 더 열심히 살아갈 동기를 부여한다. 그의 글은 무겁지만 따뜻하고, 철학적이지만 실천적이다.

 

또한, 책은 다양한 독자층을 아우른다. 죽음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 방향을 설정하고 싶은 젊은 독자들에게도 적합하다. 특히, 법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통해 삶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유 교수의 방송과 강연에서 느껴지는 차분하고 진솔한 태도는 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마무리: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준비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죽음을 직면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을 안내한다. 유성호 교수는 말한다. “오늘의 유언이 내일의 삶을 위한 다짐이 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유언을 쓰며,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여정을 더 의미 있게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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