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 그 긴 싸움의 시작
백년전쟁(1337~1453년)은 이름처럼 정확히 100년은 아니었지만,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끝없는 권력 다툼으로 유럽 중세사를 뒤흔든 전쟁입니다. 이 전쟁은 영국 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면서 불붙었습니다. 프랑스 왕 필리프 6세가 “그건 터무니없다”며 이를 거부하자, 두 나라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단순히 왕위 다툼을 넘어 영토, 무역, 그리고 중세 봉건제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이 싸움은 수십 년간 이어졌습니다.
초기 전쟁은 영국이 크레시 전투(1346년)와 푸아티에 전투(1356년)에서 장궁병의 위력을 앞세워 프랑스를 압도했습니다. 특히 크레시 전투는 영국 장궁병이 프랑스 기사들을 몰살시키며 중세 전쟁의 판도를 바꾼 사건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전쟁은 단판 승부가 아니었죠. 프랑스는 끈질기게 저항했고, 흑사병과 내부 정치 혼란으로 양측 모두 지쳤습니다. 이 시기, 전쟁은 일종의 ‘마라톤’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헨리 5세, 전쟁의 아이콘
백년전쟁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헨리 5세(재위 1413~1422년)의 시대입니다. 젊고 야심 찬 헨리는 프랑스 왕위를 차지하려는 꿈을 품고 1415년 프랑스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승리는 아쟁쿠르 전투(1415년)입니다. 이 전투는 영국군이 열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을 압도한 전설적인 순간으로, 헨리의 전략적 천재성을 보여줍니다. 진흙탕 속에서 프랑스 기사들이 허우적대는 동안, 영국 장궁병과 헨리의 지휘는 완벽한 조화를 이뤘죠.
헨리는 아쟁쿠르 승리로 프랑스 북부를 장악하고, 1420년 트루아 조약을 통해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왕 샤를 6세의 딸 카트린과 결혼하며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더했죠. 하지만 헨리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422년, 그는 35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병으로 사망했고, 그의 어린 아들 헨리 6세가 왕위를 이어받으며 영국의 프랑스 지배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백년전쟁의 후반, 잔다르크와 종말
헨리 5세의 사망 이후, 프랑스는 잔다르크라는 기적 같은 인물을 만나 반격에 나섭니다. 1429년, 잔다르크는 오를레앙 공성전을 승리로 이끌며 프랑스군의 사기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녀의 활약은 프랑스 왕 샤를 7세의 즉위를 가능케 했고, 프랑스는 점차 영국군을 몰아냈습니다. 1453년 카스티용 전투에서 프랑스가 최종 승리를 거두며 백년전쟁은 막을 내렸습니다. 영국은 칼레를 제외한 프랑스 내 모든 영토를 잃었고, 이 전쟁은 두 나라의 민족주의를 키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 현대의 왕
백년전쟁과 헨리 5세의 이야기는 현대 대중문화에서도 강렬한 매력을 뽐냅니다.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2019년)는 헨리 5세의 젊은 시절과 아쟁쿠르 전투를 중심으로 그의 인간적 면모와 리더십을 조명합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헨리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라, 왕위의 무게와 전쟁의 참혹함에 고민하는 복잡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헨리 5세와 역사적 사실을 절묘하게 섞어, 현대 관객에게 중세 전쟁의 생생함을 전달합니다.
영화는 아쟁쿠르 전투를 웅장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진흙과 피로 얼룩진 전장의 긴박감을 잘 살렸습니다. 특히 헨리와 프랑스 왕세자(로버트 패틴슨)의 대립은 극적 긴장감을 더하며,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몰입감을 높입니다. 하지만 역사적 정확성 면에서는 약간의 자유로운 해석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헨리가 전쟁을 꺼리는 인물로 시작하지만, 실제 헨리는 프랑스 정복에 강한 의지를 보였죠. 또한 프랑스 왕세자의 캐릭터는 드라마를 위해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백년전쟁의 유산과 더 킹의 메시지
백년전쟁은 단순한 영토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이 전쟁은 중세 유럽의 정치, 군사, 사회 구조를 변화시켰습니다. 장궁과 대포 같은 새로운 무기는 기사 중심의 전쟁 방식을 뒤바꿨고, 민족의식이 싹트며 근대 국가의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 전쟁을 통해 서로를 적으로, 동시에 거울로 삼으며 성장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더 킹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리더십과 전쟁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헨리가 전쟁을 통해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권력의 무게와 책임감을 탐구하며,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시사점을 줍니다. 영화는 화려한 전투 장면과 함께 헨리의 내면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 역사 팬뿐 아니라 드라마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도 어필합니다.
왜 백년전쟁과 헨리 5세는 여전히 매력적인가?
백년전쟁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권력, 명예, 그리고 인간의 갈등이라는 보편적 주제는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헨리 5세는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그의 용기와 결단력은 오늘날에도 영감을 줍니다. 넷플릭스의 더 킹은 이러한 매력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세대에게 백년전쟁의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영화를 본 후라면, 아쟁쿠르 전투의 진흙탕에서 헨리와 함께 싸운 듯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의 연설 장면에서 가슴이 뛰었을지도요. 백년전쟁과 헨리 5세의 이야기는 과거의 전쟁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전쟁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과 인간의 본성을 되새기며, 더 킹을 통해 그 생생한 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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