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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정함의 덫, 마이클 샌델이 던진 질문

by 붉은앙마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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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공정함’이라는 이상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철학 교수인 샌델은 이 책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공정함의 기준이 과연 진정 공정한지, 그리고 그 기준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공정하다는 착각의 주요 주제를 소개하고, 샌델이 제안하는 성찰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공정함은 무엇인가?

‘공정함’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상입니다. 하지만 샌델은 이 단어가 단순히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능력주의(meritocracy)’를 공정함의 핵심으로 봅니다. 노력과 재능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회,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얻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믿죠. 하지만 샌델은 이 능력주의가 정말로 공정한 결과를 낳는지 묻습니다.

 

책의 초반, 샌델은 미국 대학 입시를 예로 듭니다. SAT 점수, 과외 활동, 추천서 등 입시 과정은 겉보기엔 공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그는 날카롭게 짚습니다. 값비싼 사교육, 네트워크를 통한 기회 제공 등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불평등을 강화합니다. 샌델은 이런 현실을 ‘능력주의의 덫’이라 부르며, 공정함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보여줍니다.

능력주의의 어두운 그림자

샌델은 능력주의가 단순히 불평등을 심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분열을 일으킨다고 주장합니다. 성공한 이들은 자신의 성취가 오롯이 개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믿게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실패자’로 낙인찍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패자는 자존감을 잃고, 승자는 오만해지죠. 샌델은 이를 ‘능력주의의 오만’이라 부르며, 이런 태도가 현대 사회의 갈등을 부추긴다고 봅니다.

 

특히 그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이 맥락에서 분석합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엘리트 계층에 대한 반감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겁니다. 이들은 글로벌화와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승자’들에게 외면받았다고 느꼈고, 그 분노가 정치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입니다. 샌델의 이 관점은 한국 사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 취업 시장의 양극화, 계층 간 갈등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주제니까요.

공정함을 다시 생각하다

샌델은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공정함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합니다. 그중 하나는 ‘공동선(common good)’을 강조하는 접근입니다. 그는 개인의 성공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고소득 직업군(의사, 변호사 등)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인정하되, 그들의 성공이 다른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져선 안 된다고 봅니다.

 

또 다른 제안은 ‘추첨제’입니다. 샌델은 대학 입시나 특정 직업군 선발에서 완전한 능력주의 대신 추첨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기회의 불평등을 줄이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사회의 주요 역할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 아이디어는 현실적으로 논란이 많지만, 샌델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촉발하기 위해 이런 과감한 제안을 던진 것이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공정하다는 착각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한국은 입시와 취업에서 공정함을 강조하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사교육의 과열, 계층 간 기회 격차, ‘스펙’ 중심의 경쟁은 샌델의 비판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경쟁이 과연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지, 아니면 특정 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도구로 작동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수저 계급론’은 샌델의 능력주의 비판과 연결됩니다. 금수저, 흙수저로 불리는 계층 간 갈등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일까요? 샌델은 이런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며,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라고 촉구합니다. 그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제공하는 기회의 평등함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샌델의 문체와 매력

샌델의 글은 학술적이면서도 대중적입니다. 그는 복잡한 철학적 개념을 일상적인 사례와 연결해 설명합니다. 대학 입시, 스포츠, 노동 시장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또한 그는 독자를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런 점이 공정하다는 착각을 단순한 철학서가 아닌,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대화의 장으로 만듭니다.

 

특히 샌델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합니다. 그의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공정하다는 착각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교육열과 경쟁 문화를 이해하며, 한국 사회에 맞는 예시를 종종 언급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독자들은 그의 책에서 보편적이면서도 로컬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론: 공정함을 향한 여정

공정하다는 착각은 공정함이라는 이상이 가진 양면성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샌델은 우리가 믿는 공정함이 때로는 불평등을 은폐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그는 비관론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닙니다. 자신의 믿음과 사회의 구조를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도구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공정함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지금, 샌델의 질문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공정함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고 싶나요? 샌델과 함께 이 질문에 답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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