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리

<권영국>, 거리의 변호사에서 진보의 대통령 후보로

붉은앙마 2025. 5. 18. 17:22
반응형

서막: 불평등에 맞서는 목소리

대한민국 정치 무대에서 독특한 행보를 걷는 인물이 있다. 바로 민주노동당(구 정의당)의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권영국이다. 그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싸웠던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며, 이제는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대선 무대에 섰다. 그의 이야기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자, 엔지니어, 인권변호사를 거쳐 진보 정치의 선두주자로 나아간 여정이다. 과연 권영국은 누구이며,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 가난과 공부로 다져진 뿌리

1963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난 권영국은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자랐다. 어린 시절, 배고픔은 그의 일상이었다. 도시락을 싸갈 형편이 안 되어 물로 배를 채우던 날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가난을 극복할 유일한 길은 공부라고 믿었다.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술을 배우며 생계를 도모했지만, 그의 시선은 더 큰 세상을 향했다. 1981년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에 입학하며 그는 새로운 삶의 문을 열었다.

 

대학 시절, 권영국의 인생은 큰 전환점을 맞는다. 1980년대 초, 민주화 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배들이 경찰에 구타당하며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그는 ‘데모는 공부하기 싫은 사람들의 일’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공부를 하기 싫어서라면 그렇게 열심히 할 수는 없죠.”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불의에 맞서는 법을 배웠다. 이 사건은 그의 삶을 노동과 인권, 정의를 위한 투쟁으로 이끄는 씨앗이 되었다.

노동운동가에서 변호사로: 거리에서 피운 정의의 불꽃

대학 졸업 후, 권영국은 생계를 위해 방위산업체 ‘풍산’에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마주하며 노동운동가로 변모했다. 동료들과 함께 ‘풍산해고자협의회’를 설립해 복직 투쟁에 나섰고, 약 4년간 수배와 구속, 복역의 험난한 길을 걸었다. 비록 회사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그는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웠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잠시 학원강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그러던 중, 아내의 격려로 1996년 사법시험에 도전, 3년 만인 1999년에 합격하며 36세에 변호사가 되었다.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출세의 길을 마다하고, 그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SPC 노조파괴 의혹,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 등 노동 현장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며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의 이름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상징이 되었다.

정치 입문: 정의당과 진보의 부활을 꿈꾸다

권영국의 정치 여정은 노동운동과 인권변호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정의당 대표로 활동하며 그는 진보정치의 부활을 위해 힘썼다. 특히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그는 원외 진보세력을 규합해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이 연대회의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그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70.47%의 득표율로 누르고 민주노동당(구 정의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선다. 그는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목표로,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불평등 해소를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민주노동당 인천선거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그는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며, 기존 정권 교체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닌,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혁이 필요하다.

대선 공약: 차별 없는 나라, 함께 사는 대한민국

권영국 후보의 대선 공약은 ‘차별 없는 나라,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비전 아래 다섯 가지 핵심 과제로 구성된다.

  1. 노동권 보장: 1,500만 불안정·무권리·저임금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 불평등을 해소한다.
  2. 부의 재분배: 부자 감세를 원상 복구하고, 불로소득 과세 및 부자 증세로 공정한 분배를 실현한다.
  3. 무상 돌봄과 교육: 지자체 통합 돌봄 책임제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하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도입한다.
  4. 포괄적 차별금지법: 여성과 소수자가 혐오와 위험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
  5. 기후 정의: 공공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생태평등사회를 구축한다.

이 공약들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다. 권영국은 노동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인권변호사로서의 신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특히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비동의 강간죄 공약은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강조하며, 진보 정치의 독자성을 부각시켰다.

독특한 매력: 물구나무와 K-POP 팬?

권영국은 정치인으로서의 진지함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도 돋보인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 재일교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봉사했고, 일본어에 능통하다. 또한, ‘세상이 거꾸로 되었다’는 의미를 담아 물구나무를 서는 1인 시위를 즐겨 한다고 한다. 2024년 탄핵 정국 집회에서는 K-POP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 젊은 층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그의 최애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 이는 그가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는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

 

2025년 대선 토론에서는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친 그의 발언이 주목받았다. 개혁신당의 장애인 출근투쟁 비판에 대해 그는 “차별과 싸워야지, 왜 장애인과 싸우려 하느냐”며 날카롭게 반박했다. 이 30초 마무리 발언은 그의 소신과 진보적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전과 전망: 진보 정치의 새로운 길

권영국은 원내 정당 후보들과 함께 TV 토론회에 초청받을 만큼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의당의 과거 득표율(3% 이상)을 바탕으로, 그는 진보 정치의 재도약을 꿈꾼다. 경북 지역에서 6%대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록한 점은 그의 지역적 기반과 인기를 보여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그를 지지하며 ‘정의당은 별로지만 권영국은 좋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그의 개인적 매력은 강력하다.

 

그러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원외 정당의 한계와 진보 단일화의 어려움은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그는 “진보 정치는 극우를 막는 필수 조건”이라며 독자적 행보를 이어간다. 그의 캠페인은 노동자,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기존 정치권이 외면한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결론: 진보의 불씨를 지피는 후보

권영국은 단순한 대선 후보가 아니다. 그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시작해 노동운동가, 인권변호사, 그리고 진보 정치인으로 진화한 인물이다. 그의 공약과 행보는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거리의 변호사’의 DNA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25년 5월, 대한민국은 그의 외침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권영국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그 답은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반응형